이번년도 여행의 컨셉은 가성비.
그래서 전국의 ‘국립’ 휴양림만 콕콕 집어 다닐 생각이다. 왜 국립이냐! 깔끔대마왕 엄마 말에 의하면 공립, 사립보다 국립이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다고 한다. 엄마 말을 참 잘 듣기에 가타부타 안하고, 렛츠고! (사실 찾아보는게 귀찮았다고 고백한다)
미친 가성비 숙소를 원한다면 반드시 ‘휴양림’
어느 숙소나 평일은 싸다. 하지만 휴양림은 가성비가 미쳤다.
비수기 6인 기준 75,000. 심지어 독채. 그냥 일반 펜션도 10만원은 훌쩍 넘는다. 인원 추가만 해도 1인 약 15,000원씩 붙으니, ‘국립 휴양림’은 혜자로운게 맞다.
개인적으로 엄마 찬스까지 써서 30% 할인 더 받았다. (장애인 4급이셔서 더블 혜택을 누림)
국립 양양 미천골 자연 휴양림을 선택한 이유
1.양양 바다도 갔다 올 수 있고, 산도 다녀오니까 일석이조
2.20년차 휴양림 고수 분께 추천 받은 곳 (엄마 지인)
3.다음 지도 평점이 높아서
다녀오니 이렇다!
1.또 갈 곳. 다시 온다고 허공에 대고 약속할 정도.
2.깊은 숨 들이기 쉬기 좋은 무공해 자연. 물은 또 어찌나 맑은지!
3.아스팔트를 잘 깔아놔서 차로 다니기 좋다. (자갈이 없으니 달그닥 거리지 않아서 자연을 바라보는데 더 집중 가능)
4.비가 내리다 말다 했는데, 운치가 끝내줘서 정신 못차렸다. (공기청정기 100대를 갖다놔도 그런 공기는 못만들거다...)
불편할 수도, 좋을 수도 있는 점.
와이파이가 없다. 그래서 휴양의 목적이 분명해진다. 하늘멍, 산멍, 물멍 모두 찐으로 하고 왔다.
10만원대 펜션보다
100배 나은 양양 미천골 자연 휴양림
날씨정보
첫 날: 흐림과 동시에 드문드문 비🌧 | 다음 날 : 추적추적 계속 비내림 ☔
‘국립 휴양림이 뭐 얼마나 좋겠어.'
선입견 그 자체. ‘나라에서 뭐 얼마나 잘해놓겠어’.
역마살이 있다.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전국을 누비고, 세계를 간간히 누리고, 게스트하우스, 캡슐호텔, 3성급, 5성급 등 모든 숙소를 누벼봤다. 그래서 무시했다. 다녀볼 만큼 다녀봤으니, 기대는 제로 상태.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부끄러움부터 밀려왔다.
‘와~ 미쳤다. 미쳤어. 물 봐, 산 봐, 공기 봐! 딥브레쓰~’
그렇게 심드렁했던 나는 어디 갔나. 이 가격에 여길 묵는다고? 요건 못참지! 금사빠 스타일인데, 휴양림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누리대(독채 이름) 본격 후기
첩첩 산중. 산신령이 등장해도 놀랍지 않을거다. 해발 1000m 고산에 둘러싸인 미천골. 이렇게 깊고 깊은 산 속에 1993년부터 휴양림이 있었다고? 찐이구나.라는 느낌이 확 든다.
지붕도 깨끗하고, 샷시도 새거에, 문도 디지털 도어락이고, 리모델링한 티가 팍 나는 누리대.
바로 앞엔 계곡뷰를 보며 식사를 하거나, 쉬거나! 고성방가와 19금 제외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곳. 곧 계곡뷰를 벗삼아 먹는 참을 수 없는 삼겹살이 나온다.
좋은 숙소의 기본은 다 갖춘 누리대
1. 요즘 스타일 화장실
역시 리모델링이 되어 있고 나름 깨-끗. 비데 있는 거 실화? 와 휴양림에 비데가. (저 촌스럽나용..?)
온수는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춥지 않은 정도로 따뜻하게 씻었지만, 다음날 오전에는 거의 펄펄 끓는 듯한 뜨거운 물이 나왔다. 조절만 잘하면 온천 부럽지 않은 뜨끈한 샤워가 가능하다.
그리고 지하수라서, 자연 목욕 느낌이 났다. 미천골의 물로 씻는다는 게 개운함이 더했다. 물도 좋아서 씻고 나와도 건조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수돗물보다 지하수 선호..)
2.산뜻한 침구
뽀송 깨끗한 침구였다. 매트 두께도 적당해서 베기지 않았다. 무조건 침대 생활하는 사람에겐 비추. 적은 인원이 방문한다면 몇 겹씩 쌓아서 누우면 더욱 포근하고 좋을 거다. 단, 머문 자리는 아릅답게.
3.난방
뜨끈하게 보일러를 틀어주어서 (개별 남방이 아닌 전체 남방) 아침에 뜨끈하게 지지며 일어났다. 숲 속 분위기 때문인지 마치 할머니가 가마솥에 불 떼주는 느낌같이.
4. 기성 스타일 부엌
설거지를 싫어한다. 식기세척기를 고수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 부엌의 특별함, 바로 저 숲뷰 때문에 설거지 하는 시간이 지겹지 않았다. 그릇을 씻는건지, 밖을 내다보는 건지 분간할 수 없지만 어쨋든 설거지 타임도 휴식처럼 가능했다.
365일 밥해먹는 사람인데, 다행히 조리가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전기레인지가 오래 되서 낡은 감이 있었다. 사용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엄청난 화력을 기대하진 마시길. 적당히 국 끓이는 정도로 좋을 것 같다.
탐났던 식기류다. 귀여운 자연 휴양림표 그릇.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있어서 보기 좋았다. 심지어 사기니까, 밥먹을 때도 더 먹을 맛이 났다부러!
접시부터 작은 종지, 밥그릇, 국그릇 다 있다. 다만 6인용이 쓰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인원이 많으면 따로 더 챙겨가길 바란다.
5. 미니 거실
부엌에 냉장고 들어갈 곳이 없다. 그래서 거실에 턱하니 있다. 잘 때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사진에는 없지만 제사상용 큰 상이 있다. 12첩 수라상도 문제없는 마음껏 먹고 취할 수 있는 상이다. 단점은 거실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크다. 몸이 큰 사람은 지나다니기 불편할거다.
TMI.
물 사지 말고, 그냥 지하수 마시자.
물믈리에인가? 지하수라서 불안한가? 그럼 편의점을 꼭 들려야한다. 하지만, 난 지하수라도 상관없다! 한다면 꼭 지하수를 마시길 바란다. 느낌있게 컵이 아닌 사기 그릇에 지하수를 마시길 추천한다. (찍을 걸 그랬다..) 물맛이 꿀맛처럼 느껴진다.
역시 여행은 먹는게 반.
꼭 밖에서 먹길 추천!
주택에 살고 있어서 날 좋을 때는 밖에 앉아 먹는다. 그러니 밖에서 먹는 것에 대한 갈망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미천산 자연 휴양림에선 무조건 밖에서 먹어야했다.
배에서 꼬르륵 하는
삼겹살 폭탄 사진 주의💥
맑은 물 소리와 함께, 지글지글 삼겹살의 하모니가 끝내준다. 고소한 삼겹살 냄새와 상쾌한 산내음도 합쳐진다.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참을 수 없는 자연 속 삼겹살!
집에서 챙겨온 보통의 반찬도 2배 더 맛있다. 군침이 도는가? 안도는가? 아직인가? 그럼 필살기를 던지겠다.
얍! 구운 김치까지 필살기다.
사진 찍으며 참느라 혼났다. 아는 맛이 역시 무서운 법. 쫄깃한 껍질이 씹히는 삼겹살이 입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배불뚝이가 되니 여기 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화끈하게 먹었으니, 움직여야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서 또 계곡을 향해 감탄사를 던진다. 진짜 빠지고 싶은 물이다! 누가 보면 계곡에 환장한 줄 알겠다 (수영을 좋아해서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
운치가 넘쳐 흐르는
비오는 미천골 자연 휴양림
다음 날 아침 8시.비가 제법 내린다. 밖으로 뛰쳐나가 놀 수는 없지만, 처마가 있는 데크에서 명상과 요가를 하며 심신을 달래본다. 새소리와 빗소리가 어우려져 요가 음악이 따로 필요없다. 자연 그 자체 라이브로 들으니, 집중이 절로 된다.
깊은 산 속 통나무집에서
하룻 밤을 즐겨보니
'산속의 통나무집에 자면 뭔가 다를까?' 일반 콘크리트 건물에서 잔 것과 뭐가 다른지 궁금했다.
신기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태국 마사지 받은 듯 온 몸이 개운했다. 민트차 한 잔 마신 것 같이, 정신이 확 깼다. 숙면을 했으니, 다시 와도 좋을 곳이라 여겼다.
미천골은 꽤 깊은 산이다. 깊은 산 속 옹달샘, 산신령이 있다해도 믿을 만한 깊이다. 특히, 누리대 독채(TMI. 곰취 독채는 끝에있어서 프라이빗하다)는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숲 속에 품어져 있다. 누리대 앞에 앉아서 목편한 캠핑 의자 하나 놓고, 하늘멍하기 딱 좋은 위치다. 다만, 넓게 펼쳐진 자연이 아니라서 누군가는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으니 참고하길!